◆ 개요
예술에 대한 고전적 정의가 어떤 것인지 명쾌한 예를 제시하고 이것을 예술로 분류되지 않는 다른 사례들과 비교하는 일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일반적으로 지도가 아닌 그림은 예술작품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자동차의 경적이 아닌 모차르트의 협주곡과 신문 기사가 아닌 한 편의 시도 예술로 여겨진다. 우리는 다 빈치의 그림,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말러의 교향곡, 그리고 그리스 꽃병들 등을 참조한 공통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대상들 모두에 공통된 무언가가 있다고 가정한다. 우리가 그것들의 공유 속성들을 나열할 수만 있다면 예술의 필요충분조건들, 즉 모든 예술작품에 공통으로 있지만 예술작품이 아닌 대상에는 없는 특징들을 논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예술작품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예로 들어보자. 이 그림의 특징들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아마 예술작품이 지닌 정의적 특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모나리자는 인공물로서 인간이 심사숙고해서 능숙하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유용한 기능을 지니고 있지 않지만 관조하게끔 창작되었다. 그리고 모나리자의 미소가 전달하는 감정은 모호하지만 어쨌든 감정을 표현한다. 그것은 아마 레오나르도의 스스로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더구나 그 작품은 아름답고 단지 바라보는 일로도 즐겁다.
그러나 이런 특질들이 예술의 정의적 특성은 아니다. 우선 단일한 특질 그 자체만으로는 어느 대상을 예술작품으로 평가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왜냐면 이들 특질 각각은 명백히 예술작품이 아닌 대상들에게도 공통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칫솔은 조각품과 마찬가지로 인공물이다. 그리고 예술작품 이외의 많은 대상이 인간에 의해 심사숙고 끝에 능숙하게 만들어졌다. 또 예술작품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대상도 유용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많은 대상도 감정을 표현하고,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예술과 같이 자연도 바라보기에 아름답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특질 중 단일한 특질이 예술작품에서 반드시 필수조건은 아니다. 어떤 특질은 예술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예술작품의 필요충분조건을 알아내는 일의 모호성 때문에 예술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도 오래되었고, 그 속에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수 세기 동안 많은 사상가가 예술의 필요충분조건을 규정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각각의 새로운 이론들은 기존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배제해 왔다. 예술에 대해 정의를 할 때 특정 예술형식들을 배제하면 그것은 불완전하다고 비판받았고, 또 그것이 예술과 예술 아닌 것을 확실히 구분하지 못하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비판받았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정의하려는 시도는 포기된 적이 없었는데 이는 모든 예술이 공유하고 있는 것과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을 구분하게 하는 것을 알지 못하면, 예술에 관한 의미 있는 언술을 할 수 없으리라는 확고한 신념 때문일 것이다. 특히 형식주의자와 정서주의자가 시도했던 예술에 관한 두 가지 정의는 그 문제의 어려움을 분명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미학자인 클라이브 벨은 예술작품이 그것의 내용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형식에 의해서 예술로서의 자기 위치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예술작품에서 근본적 요소들은 의미 있는 형식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결합하고, 이 형식이 대중들에게서 심미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오직 예술만이 의미 있는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 형식이 유일하게 심미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에 대한 정의는 전통적이고, 서사적이고, 재현적인 기능이 사라져버린 20세기의 추상 작품들을 예술에 포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재현으로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에 관심을 돌리게 한다. 벨이 예술의 형식적 측면이 결정적인 것으로 여기지만, 톨스톹이나 미학자인 컬링 우드 같은 사람들은 예술의 정서적 측면을 중시했다. 톨스토이는 예술이 지닌 진정한 본질적 특질은 형식이 아니라 대중적인 감각적 매체로써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술에서의 정서는 순식간에 퍼져나가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스며드는 힘이 크면 클수록 더욱 뛰어난 예술로 평가받는다. 바꿔말하면 특정 감정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스며들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예술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다. 예술적 정의는 개연적일 뿐이다. 이 정의의 문제로 정의의 범위를 들 수 있다. 전형적으로 예술작품은 감정을 표현하지만 다른 많은 사물 역시 감정을 표현한다. 두려운 장면에서의 비명이나 절망 속에서의 흐느낌은 소리라는 청각적 매체를 통해서 한 곡의 음악만큼이나 애절한 감정을 표현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예술이라는 창조와 가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통해서 표현되는 감정과 글 그대로 인간의 비명이나 흐느낌에 의해서 표현된 감정 양자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의의 두 번째 문제로 예술작품이 갖는 지위가 그것에 대한 정서적 표현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몬드리안의 그림에서 기하학적인 선들은 엄밀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지만, 우리는 예술작품으로 여긴다. 이런 형식주의와 정서주의 이론은 예술을 정의하고자 하는 많은 철학적 시도 중에서 두 가지의 예일 뿐이다.
◆ 결론
현재까지 앞서 언급한 난처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동시대의 철학자들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 시도해 왔으나,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는 일은 패션이나 음식처럼 일상적인 개념과 관련해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만큼이나 애당초 질문의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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